“얼마 전 예년보다 이른 인사에 중앙 가족 여러분 모두 놀라셨을 줄로 압니다. 이례적인 인사의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10월 28일 자 ‘홍정도 부회장의 인사이트’ 중)
중앙그룹이 지난 9월 14일과 10월 1일 각각 대표 인사와 임원 승격 인사를 단행했다. 시기는 이례적이었고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이번 인사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JTBC와 JTBC스튜디오 · 메가박스 · 중앙일보S가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하고 2022년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중앙사보는 이달과 다음 달 2회에 걸쳐 신임 대표 5인의 릴레이 인터뷰를 싣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그룹의 비전을 들어본다. /편집자
- 대표로서 각오 한 말씀.
"구성원과 함께 겸손하게 큰 숙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 개인적으로 중간 간부 때부터 현대 기업에서의 핵심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수시로 질문해 왔다. 수도 없이 많은 이론이 있지만, 딱 하나만 머리에 새기고 있다. '미래를 예측해 현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년 뒤, 2년 뒤 JTBC스튜디오가, 중앙그룹 방송 부문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하겠다."
- 신임 대표 및 임원 상견례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와 후위 그룹의 압도적 격차라는 숙제를 떠안았다”고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1등이다. 1위 기업과 2위 기업의 격차는 매우 크다. 현재의 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1등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2등의 그것과 차이가 굉장히 크다.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됐을 때 찬스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1등의 자리에 올라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 신문, 방송, 엔터테인먼트까지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될까.
“(도움될 것) 없다. 옛날같이 하나의 사업 구조를 만들면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뒷짐 지고 살아도 됐던 때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러나 요즘은 6개월이 지나면 시장이 완벽하게 바뀐다. 거기서 무슨 경험이 중요한가. 오히려 맹렬한 학습능력, 성취동기, 인사이트,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 이런 게 훨씬 중요해졌다. 잘못된 경험이나 고착화된 사고방식으로는 민폐나 끼친다.”
- JTBC스튜디오의 강점과 약점은.
“지금 강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게 언제 약점이 될 지 모른다. JTBC스튜디오의 강점은 드라마를 만들면 만들수록 이익을 내는 아주 좋은 사업 구조를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주해 버리면 기업의 성공 방정식은 곧 실패 방정식이 되고 만다. 기업의 장점은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변화는 계속되기 때문에 최선의 사업 구조를 만드는 순간 이것을 깨야 한다.”
- ‘괴물’ 심나연 PD처럼 JTBC스튜디오 소속 PD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D.P.’를 성공시킨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같은 레이블도 눈에 띈다. 조직 구성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
“지금 JTBC스튜디오 계열사가 15개인데 앞으로 더 생길 거다. 미국 제작사 wiip도 인수했다. 안팎으로 좋은 창작 집단을 갖추고 우리 자원과 매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겠다. 서로의 역량을 최대화시켜 함께 발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숙제다. 이런 건 남이 금방 못 쫓아온다. 좋은 제작사를 아무 때나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 변화에 지치지는 않는지.
“사고의 전환은 자기 트레이닝이다. 우리 집엔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스스로를 자극하려는 의미에서 오래전에 달아 놨다. 처음엔 많이 헤맸지만, 지금은 한눈에 시간을 알 수가 있다. 변화는 특정 시점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적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