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L이 가진 다양한 에너지를 표현하는 하나의 그릇처럼 보이고 싶었다.”

김희봉 SLL 브랜드디자인팀장은 지난 3월 바뀐 SLL의 사명과 로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팀장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BI 디자인과 브랜드 네이밍 실력자다. 2013년에는 SK텔레콤 ‘ㄴㅜㅌ(LTE)’ 캠페인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중앙그룹과는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BI 디자인, JTBC 5주년 기념 엠블럼 제작 등으로 연을 이어오다 올해 2월 SLL 브랜드디자인팀에 합류했다.

김 팀장은 SLL의 새 상징에 대해 ‘중성적인 형태에서 나오는 확장성’을 강조했다. “SLL은 다양한 스토리텔러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고 정의한 그는 “어떤 타깃에만 정해진 형태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국내외에 폭넓게 소구될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컬러나 특징에 가둬 두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그가 내놓은 브랜드 로고는 JTBC가 지닌 ‘다채로운’ 컬러나 ‘스튜디오룰루랄라’(지금의 SLL D-Lab)가 내포한 젊은 느낌과는 결을 달리 한다. 서체의 형태에서 오는 느낌만을 강조해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김 팀장은 “SLL의 이름을 새로 지으면서 ‘우리의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고민이 있었다”며 “SLL이라는 이름 자체가 어떤 특정한 의미를 지닌 단어가 아니고 생각하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단어였기에 해석의 중의성과 형태의 중립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SLL 로고를 보면 사선이 먼저 눈에 띈다. 김 팀장은 “중립성을 염두에 두되, SLL의 크리에이티브한 특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한 끝에 사선에서 오는 운동감에 주목했다”면서 “‘룰루랄라’라는 단어 자체에 운동감이 있었지만, 이 단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L이 반복된다는 점과 ‘Lulu’ ‘Lala’처럼 발음의 리듬감, 음의 고저 차이는 느껴질 거라 생각해 이탤릭체처럼 누워 있는 형태를 기본 골격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로고에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는 SLL의 가장 큰 특징 또한 녹아 있다.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레이블이 한데 모여있다는 점을 ‘크리에이티브 하우스’로 연결시킨 것. 로고 속 L의 모양이 마치 집 지붕을 연상하게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브랜드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LL 브랜딩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건 SLL이 만든 작품보다도 SLL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에너지”라며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콘텐트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곳이었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어 “프로젝트 내내 받았던 신선한 에너지가 SLL이라는 브랜드에 애정을 갖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말했다.

세계 수준의 창작 집단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SLL의 노력은 계속된다. 김 팀장은 “해외 스튜디오들이 시간과 콘텐트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해당 위치에 올랐는지, 그를 위한 특정 활동이 있었는지는 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참고로 삼고 연구할 만한 사례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SLL에 동질감을 느끼고, 애정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