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준엄한 목소리’ 논설위원실의 회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970년대 회의시간엔 담배를 손가락에 들고 불꽃 토론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나면서 재떨이가 하나 둘씩 사라진다. 물론 뜨거운 논쟁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논설위원실의 어제와 오늘·내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서울 서소문로 J빌딩 7층 논설위원실 앞 복도 벽면에 들어선 ‘메모리얼 월(Memorial Wall)’이다. 지난 6월 설치된 ‘선데이 월’(J빌딩 7층 중앙SUNDAY 편집국 벽면)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된 ‘중앙실록’이다. 메모리얼 월은 ▶사진으로 본 시대별 에피소드 ▶역대 논설주간의 대표 칼럼 ▶영상·사진 기록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엘리베이터 맞은편, 논설위원실의 역사를 담은 9개의 사진 액자가 펼쳐진다. 김영희 고문의 논설위원 시절 사색에 잠긴 표정, 위원들의 산행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각각의 사진은 서로 다른 크기로 편집해 흰색 배경의 액자에 넣었다. 사진 저마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홍성유 초대 주필을 비롯한 역대 주필·논설주간 소개와 그들의 대표 칼럼도 만날 수 있다. 논설위원실은 연락이 되는 모든 역대 주필·주간들에게 스스로 ‘대표작’을 선정하도록 했다.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1993년 3월~1994년 3월 주필 역임)의 ‘새 총리에 거는 기대’(2006년 5월 1일자), 김수길 JTBC 사장(2011년 12월~2012년 12월 주필 역임)의 ‘우리나라 좋은 나라’(2012년 6월 20일자) 등이다. 칼럼 전시물은 신문 용지로 만들어 신문 보는 재미를 살렸다. 크기가 다른 가로·세로형의 전시물들로 강약을 줘 집중도를 높였다.
주요한 기록물은 32인치 디스플레이를 만나 역동적으로 살아났다. 이어령 고문의 ‘분수대’ 코너 첫 기고문, 고은 시인의 ‘시간은 누구의 시간인가’(2015년 1월 9일) 등 대한민국 대표 논객들의 촌철살인하는 명문을 물 흐르는 듯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영상의 장점을 살려 ‘미래 기록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전시물 아래에는 현직을 포함한 역대 논설위원 143명의 이름을 입체 디자인해 부착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자긍심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전시물 위로 보이는 글귀에서 논설위원실이 추구하는 오늘과 내일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넓은 세계와 역사를 호흡하는 열린 오피니언’.
논설위원실 메모리얼 월은 지난 4월 구상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제작 완료됐다. 논설위원들이 직접 콘텐트를 기획하고 선정했다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 실무 작업은 김미향 본사 커뮤니케이션&브랜드팀 디자이너가 맡았다. 조만간 편집국 메모리얼 월이 설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