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파보자.”
‘삼성연구’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의 근본 경쟁력을 두루 짚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굵직한 출입처에 대한 ‘심화 학습’도 되고, 다른 대기업으로 ‘확장 학습’이 가능할수 있다는 어렴풋한 기대도 했다.
삼성은 연구 대상으로 솔깃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다. 오랫동안 삼성을 출입한 경험도 없고, 전문 연구원이나 학자도 아니어서 분석의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삼성’을 분석한 책이 수십~수백 권에 이르는데, 이들과 콘텐트 차별화도 버거운 숙제였다. 기업 얘기를 연재하는데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지갑이 열릴지도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내부에선 “‘삼성+(플러스) 연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조민근 디렉터는 “인재 관리에 포커스를 맞추자”, 이상재 데스크는 “충분한 데이터와 솔깃한 사례로 어필하자”며 가닥을 터줬다. 그렇게 삼성의 사장과 임원, 여성, 외국인, 신입사원, 해외 주재원 등을 차례로 짚어가며 어떻게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 평가하며, 임금과 인센티브·복지 제도를 갖췄는지 취재해 나갔다. 사업 보고서 20년치를 모두 챙겼고,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기업과도 비교도 해봤다.
총 20회를 연재하는 동안 전·현직 사장과 임원, 연구원, 2~3년 차 루키, 대학교수, 인력개발 전문가 등 100명 가까운 취재원을 만나거나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안에서 보는 진짜 삼성의 모습, 밖에서 평가하는 삼성의 경쟁력과 과제를 소개했다.
매회 기사가 나갈 때마다 겁이 났다. 기사가 노출되는 날은 매주 월요일 오전이지만 데스크는 일요일 늦은 시간에도 ‘콘텐트 보강’을 주문했다. 삼성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얼마나 해결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기사당 평균 8000자에 달하는 꽤 긴 분량이었지만, 그만큼 독자들의 체류 시간이 길었다. 구독을 권유하는 페이월을 넘어, 더중앙플러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진 경우도 상당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이 “더중앙 콘텐트에서 나도 모르는 얘기를 만나고 있다”고 하거나, 한 대학교수가 “강의 자료에 쓰겠다”고 했을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 지난 5월에는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상 1급에 해당하는 더중앙상도 수상했다.
유료 콘텐트 제작은 부담인 동시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 결제 건수가 올라갈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리드와 구성을 바꿔가며 결과를 살피는 일까지 제작 과정의 일부가 됐다.
한 개의 소재에 6개월가량 몰두하는 과정에서 크게 느낀 것은 역시 ‘동료의 힘’이었다. 지난해 10월 경력 입사해 ‘중앙일보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삼성 연구로 보낸 이희권 기자는 “전혀 다른 일로 사람을 만났다가도 ‘삼성’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물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바짝 들었다. 집중력이라는 자산이 생겼다”고 했다. 전례가 없다는 ‘신입사원 단체 인터뷰’를 성사시킨 고석현 기자는 “빛나는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었다”고 했다. 아쉽게도 고 기자는 취재 일정 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해리 기자는 ‘연구팀’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날마다 기획과 발생, 현장 기사를 부지런하게 챙겨줬다.
삼성연구는 이제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 결제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산업부에서 지난 6월부터 새로 연재하는 ‘현대차 연구’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